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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色콤달콤한 연애] 연애칼럼니스트의 연애
    ODOD_One Day One Design/色콤달콤한 연애 2012. 11. 14. 17:50

    연애 칼럼을 읽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것이 궁금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연애칼럼을 쓰는 사람들의 연애는 어떨까?'

     

    마치 연애에 통달한 것 마냥 이럴 땐 이렇게, 요럴 땐 요렇게 콕 콕 해답을 제시해 주는 듯한 글을 보고 있으면 나 역시 그들의 연애는 완벽할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그러면서 부럽기도 하고, 역시나 궁금해진다. 나 역시 연애에 관한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연애의 스킬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 snapp에서 연애 칼럼을 써달라는 제의를 받았을 때, 나는 정말 자신이 있었다. 나는 꽤 어릴 때부터 연애를 시작했었고 서른 살이 넘은 지금까지도 거의 쉰 적 없이 연애를 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애칼럼을 써달라는 제의를 받았을 땐 타사 원고료 6만원이 내 한 달 수입의 전부였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뛸 듯이 기뻤다.(그렇다고 정말 제자리에서 뛴 것은 아니다.)

     

    그렇게 처음 신나는 마음으로 첫 키스에 관한 이야기를 썼는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사람들은 나에게 연애의 스킬에 대해 많이 물어 봤었지만, 솔직히 나는 밀당이 뭔지도 모른다. (심지어 운동회 때 줄다리기도 가장 싫어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연애에 기술이 어딨냐? 그냥 좋으면 좋은거고, 싫으면 싫은거지.'의 입장인데, 이런 마인드로는 뭔가 심도 깊은 연애 상담과 속 시원한 연애 칼럼을 이끌어 나갈 수가 없는 것이었다. 나에게 연애 문제로 고민을 해오는 사람들에게도 나는 늘 '글쎄요. 죄송하지만 저도 그 남자분의 마음을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요......' 또는 '그냥 님 마음가는대로 행동하세요. 당장 오늘 밤 고백해버리세요.' 라고 말해주곤 했는데 그랬더니 며칠 뒤 돌아오는 대답은 "김얀님. 님 말대로 고백했다가 그냥 친구관계도 어색해져 버렸습니다만......" 등의 대답이 돌아와 마음이 굉장히 불편했다. (죄송합니다.)

     

    그러고 보니 학창 시절 때부터 이성 문제 상담을 해오는 친구들에게 내 방식을 전해 줬을 때 성공한 케이스가 없었다. 내 방식이라 함은 뭐든 "싫음 말고~"하는 다소 회의적이고 과격한 스타일이라 웬만한 여 학우들에게 적용되지 못했던 것이다. 심지어 나중에 친구들 사이에서는 "김얀이가 말해주는 반대로만 하면 된다."라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남들의 성공적인 연애를 위해 내가 아는 연애스킬에 관한 것은 깨끗이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서 고민 고민 끝에 내 연애 생활 중 있었던 소소한 기억들을 이야기로 쓰게 되었다. 그리고 솔직히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가 남들의 성공적인 연애에 도움이 되는 지도 모르겠다.(아마 그것은 불가능이겠지?)

     

    현재 내 연애칼럼의 방향을 보고 있자면, 처음 나에게 연애칼럼을 제의했던 분은 섭섭할 수도 있겠다. 뭔가 '연애의 신'다운 카리스마로 화끈한 연애 방정식을 풀어 줄 연애칼럼니스트를 기대했을 텐데 말이다. 게다가 예전엔 야한 이야기라면 자신이 있었지만, 요즘은 내가 제법 진지한 연애를 하고 있기 때문에 마구 떠들어 댈수도 없다. 애인은 내 글을 호시탐탐 찾아보면서 '얘가 오늘은 또 어떤 과거의 남자 이야기로 사람 허파를 뒤집을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인은 애인대로 고민이지만, 독자들은 또 내 글이 많이 약해졌다며 걱정한다. (심지어는 어서 애인과 헤어지고 다시 매우 야한 글을 써줬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 외에도 매 번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마감 날짜라던가, 소재 고갈 등등의 여러 문제들이 나타났다. 게다가 요즘에는 다시 풀타임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더욱 여유가 없어서 연재를 하기가 힘이 들 때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모든 문제들에 괴로워하면서도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역시나, 연애에 관한 글을 쓰는 일은 즐겁기 때문이다. 연애 역시 그렇다. 언제나 여러 가지 문제들로 골치 아파하게 되지만, 결국 연애는 즐거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나만의 방식'으로 즐겁게 연애를 한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싫음 말고~" 하는 식이지만, 다행히 이런 단순하고 괴팍한 나를 감싸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만나 왔다.

     

    연애에 관한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나만의 방식으로 쓰는 연애칼럼. 몇 명이라도 이런 내 글을 읽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물론 요즘에는 글의 조회수가 점점 떨어지고 있어서 조금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어쨌든 즐거운 일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이미 연애가 수학 문제처럼 정답이 없다는 걸 모두 알고 있다. 콩나물시루에 꽉 들어앉은 콩나물도 제각기 모양이, 색이, 길이가 다른데 사람은 더하면 더했지 콩나물보다 덜 하지 않을 것이다. 생김새도 성격도 각기 경험이 다른 사람들과 하는 (특히나 연애는 절대 혼자서는 할 수가 없다.)것이고, 매번 다른 연애마다 다른 상대방이 나타나니 정석이라는 게 있을 리 없다. 그렇다고 매번 상대방에 맞춰 전술을 바꾸자니 이것도 피곤한 일.

     

    연애도 연애칼럼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만의 방식으로 글을 쓰자. 그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연애 하자.

     

    그러고 보니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연애 스킬인 것 같다.

     

    일러스트: RD(@RDRDRDRDRDRDRD)

    글: 김얀(http://kimyan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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