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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色콤달콤한 연애] 글 쓰는 여자의 연애
    ODOD_One Day One Design/色콤달콤한 연애 2013. 4. 12. 10:30
    모든 것은 평상시와 같다.

     

    아침이면 눈을 뜬다. 배가 고프면 무언가를 입에 넣고, 몇 시간 뒤엔 어김없이 먹은 것들을 배출한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과 퇴근을 한다. 그곳에서 매일 정해진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밤이 되면 눈을 감는다.

     

    "그러고 보면 인생 진짜 별 거 없어. 누구나 때가 되면 먹고 싸고 자고 다 똑같지 뭐. 결국 사는 건 다 똑같아. 지겨운 거야."라고 말했던 나였지만 그 반복되는 일상 틈틈이 우리는 만났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만나지 않았으면 절대 없었을 어떤 순간들을 함께 보냈고, 서로가 아니었으면 절대 알 수 없었을 이상한 감정들을 함께 느꼈다. 결국 지금 우리는 헤어졌고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사실 그와 나는 혼자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나도 그렇지만, 혼자 있는 걸 좋아하던 그 사람 역시 어떻게든 잘 지내고 있을 것이다. 서로에 대한 그리움까지도 사랑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아직 그를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랑인 건지, 사랑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사라지는 지 알 수가 없다. 어느 것이 사랑인지 어떤 감정이 사랑인지 꼬집어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언젠가부터 내 글을 보는 것이 고통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글을 쓰는 내가 흥미로워 끌렸다고 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초반부의 이야기였다. 연애 칼럼을 쓰는 사람으로 연애에 관한 글을 쓰다보면 아무래도 과거 남자 이야기들을 얘기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픽션인 부분이 더 많았지만, 그러면 무의식중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베드신을 찍는 영화배우를 둔 배우자의 마음과 비슷한 마음일까? 어쨌거나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본다면 나 역시도 그의 과거를 읽는 일이 그렇게 즐거운 일만은 아닐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한동안은 나도 내 인생에서 유일한 즐거움이었던 글쓰기가 언젠가부터 의미 없는 일로 느껴졌다. 내 감정을 기록하여 남겨 두는 일, 그리고 가끔 들춰 보는 것. 그리고 이제는 그것을 남에게 보여 줘야 하는 일. 그래서 누군가는 큰 상처를 받는 일.

     

    하지만 우리 둘 만이 알고 있는 것들, 함께였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그 순간들까지도. 결국 우리가 아니라면 누가 기억해줄까? 그래서 결국 나는 다시 펜을 꺼내 들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코를 맞대고 누워 수다들 떨던 어떤 새벽, 결국 이제는 낮과 밤처럼 서로 갈라져버린 지금. 나는 너에게 남쪽 바다를 처음 보여준 여자로 기억되고, 너는 나에게 에이징이 잘 된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알려준 남자로 기억 되겠지.

     

    함께 걸었던 많은 골목길들, 그곳에서 만났던 많은 고양이들, 자주 갔던 집 앞 공원, 그곳 벤치에 누운 우리를 무심히 지켜보던 나무들, 여름휴가, 남해, 창문 밑에 죽어가던 커다란 벌이 있던 민박집, 그곳에서 먹었던 홍합탕과 갈치조림, 밤의 창선 대교를 끝까지 걸었던 일, 소용돌이 치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무서워했던 일, 그곳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던 일.

     

    하지만 어느 순간 이렇게 그가 그렇게 싫어하던 내 글 속의 남자로 남게 되고 역시나 나는 누군가를 아프게 할 과거 남자에 대한 글을 쓰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 진짜 별 거 없어. 누구나 때가 되면 먹고 싸고 자고 다 똑같지 뭐. 결국 사는 건 다 똑같아. 지겨운 거야." 언젠가 내가 했던 말처럼 사랑도 이별도 결국 그런 것일까? 우리는 과연 인생에서 몇 번째 사랑과 이별을 하게 될까?

     

    하지만 이렇게라도 메모해두지 않으면 영영 없었던 일이 되어버릴 지 몰라 다시 펜을 들었다. 결국 우리가 아니라면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을 우리의 일들에 대해서,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 속에서 유일하게 반짝이던 너와 나의 날들에 대해서, 나는 아마 평생 이렇게 쓰고 또 기억할 것이다.

     

     

     

    글: 김얀(http://kimyann.tistory.com/)

    그림: 알디(http://rdrdrdr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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