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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色콤달콤한 연애] 야동이 걸렸을 때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ODOD_One Day One Design/色콤달콤한 연애 2013. 4. 12. 10:33
    모든 일은 '아차,' 하는 순간 이미 끝나 있다.

     

    하지만 보고 싶다고 찾아온 남자를 무작정 현관 앞에 세워둘 수 없었다. 아니, 그래도 어떻게 허락도 없이 남의 컴퓨터를 만질 수가 있지? 하긴 자정이 넘은 시간에 연락도 없이 초인종을 누르는 남자에게 그런 매너는 기대하면 안 됐다. 그 시간의 여자들은 이미 메이크업을 지우고 있는 무방비 상태. 오래 만난 남자친구의 뜬금없는 행동이라면 너무 귀엽겠지만, 두세 번 데이트를 한 사이에선 섣불리 해선 안 될 행동이었다. '저 남자 생각보다 여자 경험이 많이 없나보네.' 하며 그래도 집에 온 손님인데 커피나 한 잔 대접하려고 부엌으로 갔다. 물론 부엌으로 가기 전에 먼저 거울 앞에서 슬쩍 군데군데 비비크림을 바르긴 했다.

     

    사실 남자와 데이트는 꽤 괜찮았다. 하지만 서른이 넘은 남자에게 여자에 대해 하나하나 가르쳐야 할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했다. '앞으로 이 남자를 어떻게 해야 하나?'하며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곤 닫혀 있는 내 방문을 보는 순간, '아차' 싶었다.

     

    그리고 역시나 '아차' 하는 순간 일은 이미 끝나 있었다.

     

    대충 끓인 물에 티백을 던지듯 넣고는 방문을 열자 마우스를 잡은 남자는 내 컴퓨터 휴지통에서 버려둔 야동 파일을 쥐 잡듯 뒤지고 있었다. 남의 집 휴지통이나 뒤지는 남자였다니! 더욱 황당한 건 남자의 반응이었다. 'Y씨, 그렇게 안 봤는데 취향이 꽤 하드코어한데요?'라며 나를 놀려댔다. 사실 휴지통에는 제목도, 장르도 다양한 야동들이 꽉 차 있었다.

     

    "아, 그게 아니라 이건 진짜 오해예요."

     

    화를 내야 하는 게 정상인데 이상하게 나는 변명을 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다른 여자들처럼 야동보다는 은근히 야한 영화를 더 선호했다. 게다가 심한 컴맹이라 어딘가에서 어렵사리 다운 받은 야동 때문에 바이러스 폭탄을 맞은 뒤로는 절대 야동을 받은 적이 없었다. 저 동영상들로 말할 것 같으면, 낮에 놀러 온 친구가 남동생 외장 하드에서 발견한 거라며 장난삼아 내 컴퓨터에 옮겨 놓고 간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제목만 봐도 별로 끌리지 않는 것들을 휴지통에 옮겨두고 있었다. 그러니까 남자가 갑자기 집 앞에 찾아 와서 초인종을 눌리기 전까지.

     

    한참을 쩔쩔매고 있는 나를 보고는 그때서야 남자도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든 건지 조용히 차를 마셨다. 우리 둘은 처음 만났던 자리보다 더욱 어색해져 버렸다. 
    "아, 저는 그냥 모니터가 켜져 있길래...... 못 본 척 하는 게 더 이상할 것 같아서 그냥 그런건데...... 그리고 저도 가끔 잠 안 올때는 야동 보는 걸요...... 미.. 미안해요......" 
    남자는 내가 준비한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진지하게 사과했다. 하긴, 나도 잘못했다. 내가 내 집에서 혼자 야동 좀 본 게 그게 무슨 문제라고 우물쭈물 했던 걸까? 나도 어엿한 심신 건강한 성인인데.

     

    "근데 말이죠...... 휴지통에 있는 건 진짜 제 취향 아니에요."
    계속 찻잔만 보고 있던 남자가 내 눈을 보더니 살짝 웃었다. 이제야 뭔가 안심한 표정이었다.
    "그럼 이렇게 된 마당에 집에서 같이 영화나 한 편 보고 가요."

     

    나는 그렇게 말하곤 조심스럽게 '찌르레기' 폴더를 열었다. 그 안에는 내 취향의 야동이 '2012년1/4분기야유회'라는 이름으로 숨어 있었다. 남자는 나의 치밀함에 두 손 다 들었다며 껄껄 웃었다.

     

    우리는 나란히 누워 설레는 마음으로 2012년 1/4분기 야유회를 플레이 시켰다. 어느덧 내 침대 위는 흔들리는 4D 영화관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신나는 한밤의 야유회를 즐겼다.

     

     

     

     

     

    글: 김얀(http://kimyann.tistory.com/)

    그림: 알디(http://rdrdrdr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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