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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色콤달콤한 연애] 내가 사랑할 떈 몰랐던 것들
    ODOD_One Day One Design/色콤달콤한 연애 2013. 4. 12. 10:31

     

    그러고 보니 나는 연애를 거의 쉬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뭐랄까, 남자가 없으면 못 사는 여자까지는 아니고 그냥 연애할 때 느끼는 그 여러 가지 기분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남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이별도 나는 쉽게 이겨냈던 것 같다. 이별 뒤에는 항상 또 다른 연애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힘든 이별도 있었지만, 대부분 누군가와 헤어질 때쯤이면 새로운 연애를 기대하곤 했다.

    때문에 누군가와 헤어지고 술에 취한 혀로 4시간짜리 고민 상담을 하며 친구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인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해. 너랑 맞는 사람은 분명히 있을 거야.'

    과거의 사람 때문에 스스로를 해치고 주변을 괴롭히는 것처럼 멍청한 짓이 또 있을까? 그래서 나는 언제나 그들에게 이렇게 간단하게 말했다. 내 말은 누가 봐도 정답이었다. 왜 그게 쉽게 안 된다는 거지? 하며 답답해 했다.

    사소한 것 하나에도 금방 마음이 뺏겨버리는 나의 경우엔 이별 후엔 금방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시작했다. 어떤 때는 동시에 여러 명과 데이트를 했다. 그러다가 그 중에 가장 마음이 가는 남자와 연애를 시작했다. 남들이 뭐라고 하던 이 방식이 나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늘 만족감도 높았다. 생각해 보면 하루는 누구에게나 24시간이고, 1년은 누구에게나 365일이다. 방에 처 박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유치한 유행가를 들으며 종일 울고 있어도 시간은 묵묵히 흘러 갈 뿐이다. 그리고 1년 뒤 거울 속에는 조금 더 늙어버린 우리가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그냥 빨리 잊어 버려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트위터 상으로 나에게 연애 상담을 해 오는 경우에도 나는 언제나 저렇게 간단히 말했다. 사실 귀찮기도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연애와 이별에 관한 고민을 나에게 털어 놓는다. 그들이 나에 대해 아는 거라곤 내 이름과 내가 연애에 관한 글을 쓴다는 것 정도일 뿐인데 말이다. 예전에는 그게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그런 이야기들을 쏟아낼 수가 있지? 결국 자신의 일은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건데, 남의 말을 안 듣기로 유명한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나? 하지만 정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서라도 자신과 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 놓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사랑하고 있을 때는 몰랐던 것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처럼 아픔을 겪고 보니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 지는 것들. 왜 아까운 시간을 물 쓰듯 써버리며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지. 세상의 반은 남자고 나는 아직 젊고 아름답지만,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은 기분이 어떤 것인지. 뻔한 유행가 가사도 콕콕 귀에 들어오고, 아니 그럼 저 사람도 나 같은 경험을 했단 말이야? 하며 묘한 동질감을 느낄 때. 이제껏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에 하나씩 고개가 끄덕여 진다. 이쯤이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서라도 이 이야기들을 하고 싶은 거다.

    사랑? 물론 좋은 거지. 하지만 내가 힘들 때는 다른 연인의 웃음소리조차도 나에겐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 나는 이제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이런 나를 보고 누가 '인연이 아니었나 보죠. 그런 사람은 그냥 빨리 잊어 버려요. 또 좋은 인연이 올 거예요.' 라고 간단하게 말해버린다면 나는 정말 화를 낼 지도 모르겠다.

     

     

     

     

    글: 김얀(http://kimyann.tistory.com/)

    그림: 알디(http://rdrdrdr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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