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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色콤달콤한 연애] 부르르, 이상한 떨림
    ODOD_One Day One Design/色콤달콤한 연애 2012. 8. 21. 17:24

     

     

    허벅지 안쪽에서 이상한 떨림을 느끼고는 잠에서 깼다. 애인은 하얀 소세지같은 플라스틱 기계를 손에 쥐고 있었다.

     

    "그게 뭐야?"

     

    일주일만의 휴일인데, 덕분에 일찍 잠에서 깨버려 솔직히 나는 화가 났다.

     

    "바이브레이터, 한번 사용해 보고 싶댔잖아."

     

    애인은 나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조금 실망한 눈치였다. 그는 OFF버튼은 눌러 기계의 작동을 멈추고는 내 옆에 다시 누웠다.

     

    "그런데 이거 진짜 효과가 있어? 솔직히 딜도 같은 것도 여자들은 별로야. 뭔가 사람 피부가 아닌게 들어오면 바로 얼음이 될 것 같은데, 남자들 눈요기거리지, 실제 딜도로 마스터베이션 하는 여자는 거의 없어."

     

    눈을 비비면서도 내가 계속 잔소리를 하자 애인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그래 딜도는 그렇다고 하던데, 이건 바이브레이터야. 원래 안마기로 만들어졌다가, 여자들이 다른 용도로 폭발적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이렇게 작게 그것 전용으로 나온 거래. 이거 쓰는 여자들 진짜 많다고 하던데?"

     

    "니가 여자야?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진짜 여자들이 그런 소리 하는 거 들어봤어? 다 남자들이 자기들끼리 하는 소리지."

     

    "뭐, 그거야 그렇지만..."

     

    "섹스 토이는 말 그래도 단순한 장난감일 뿐인 거 같은데? 나는 그냥 내 손이 좋아. 내 손이 약손이야. 남자들은 꼭 제 멋대로 생각하더라. 남자들이 그렇게 확신하면서 말하니까 여자들도 그냥 따라 맞춰주는 거지. 니가 이상한거다. 포르노에 나오는 여자들은 다 좋아 죽던데, 못 느끼는 너에게 문제가 있다. 하고 말이야."

     

    일요일 오전 7시

    뭔가 애로틱한 아침을 만들어 주려고 했던 애인의 마음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평일 출근을 위해 일어나는 시간보다도 일찍 잠에서 깨버린 아침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애인은 더 이상 말을 해봤자, 또 싸움만 될 것 같으니 잠자코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나는 더 괴롭혀 주고 싶은 생각에 '도대체 남자들은 왜 그런거야?' 하며 다시 잔소리를 시작했다. 그러자 애인은 도저히 못 살겠네. 하는 표정으로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나는 쫓아가서 더 잔소리를 해줄까? 했지만 금방 귀찮아져서 그냥 두 팔을 머리위로 쭈욱 올리며 기지개를 켰다. 그때 내 손 끝으로 그 플라스틱 물체가 느껴졌다. 나는 다시 엎드려 누워 그것을 물끄러미 관찰했다. 부엌에서는 분주히 믹서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어제 산 토마토로 쥬스를 만드는 것이겠지. 요즘 들어 애인은 믹서기를 이용해서 생과일 쥬스를 만드는 일에 빠져있다. 토마토와 얼음, 꿀과 약간의 소금을 넣으면 왠만한 까페의 생과일 쥬스보다도 더 맛있다고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나는 그 작은 물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무심결에 스위치를 ON 쪽으로 올려보았다. 15센치 가량의 길쭉한 바이브레이터는 얕으면서도 강하게, 부지런히 떨렸다. 스위치를 한 단계 더 위로 올려보니, 이전보다 조금 더 강하게 그리고 여전히 부지런히 떨렸다. '굉장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다시 스위치를 한 단계 낮추고는 슬그머니 팬티쪽으로 가져 놓았다. 갑자기 전기가 통하는 느낌이라 깜짝 놀라서 손을 뗐다.

     

    예전에 처음 마스터베이션을 했을 때, 핸드폰의 진동이 그쪽에 닿으면 어떨까? 하고 몇 번 시험을 해본 적이 있었지만, 별다른 느낌이 없었던 것이 기억났다. '역시 그냥 내 손이 최고야.'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부엌에 있던 애인도 쥬스 만들기가 끝났는지 분주한 믹서기의 소음도 사라졌다.

     

    작은 기계를 다시 베개 맡으로 던져 놓고는 애인의 토마토 쥬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애인은 무엇을 하는지 돌아올 기미가 없다. 지금 뭐해? 하고 애인을 부르자, 토스트 만들어서 갈게. 하는 목소리만 돌아왔다.

     

    부엌에서 이것 저것 빵과 야채를 다듬고 있을 애인을 생각하니, 문득 귀여웠다. 요리하는 남자의 뒷모습은 정말 섹시하다. 나는 그런 애인에게 몰래 다가가 허리춤을 꼭 껴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그냥 귀찮아져서 다시 누워있기로 했다. 그때 베개 옆에 놓인 그 조그만 기계가 다시 눈에 걸린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봤던 미국 티브이 드라마에서 안마기로 마스터베이션을 한다는 여자들이 기억났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단 말이야?'

     

    나는 의심의 눈초리와 약간의 호기심으로 다시 스위치를 켰다. 기계는 여전히 '부르르'하며 부지런을 떨고 있었다. 나는 다시 그것을 조심스레 아래쪽으로 가져갔다.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다 하고 있는 그것을 팬티 위에 올려 놓았다. 잠시였지만, 아까의 경험이 도움이 된건지 처음처럼 놀랍지 않았다. 떨림을 천천히 느꼈다. 손으로 천천히 강약을 조절하니 천천히 조금씩 아래쪽에서 뭔가가 느껴지는 것 같다. 내 손과는 다른 또 다른 느낌이였다.

     

    놀란 마음을 가다듬으며 다시 새로운 이 느낌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이상한 떨림, 조금씩 가빠져 오는 숨소리. 손에 쥔 그것에 따라 몸도 천천히 따라 움직인다. 오묘한 느낌이 느껴짐에 따라 대상이 없는 수치심과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드는 것을 보니 이것은 혼자 할 때 그것의 느낌이 확실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강렬하다. 눈을 감고 아슬한 이 기분을 느끼고 있는데 문득 인기척이 느껴져 놀라 기계를 멈췄다. 눈앞에는 토스트와 토마토 쥬스 잔을 양손에 든 애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 있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 들어 이불을 둘러썼다. 잠시 후 이불 안으로 애인이 파고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토마토 쥬스와 토스트를 뒤로하고 내가 가장 먼저 맛본 건 애인의 입술이었다. 그리고 그 작고 하얀 플라스틱 기계는 우리의 아래쪽에서 묵묵하고 조용하게 떨리고 있었다. 맛있는 휴일 아침이다.

     

     

     RD(@RDRDRDRDRDRDRD)

     

     

    글: 김얀(http://kimyan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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