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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色콤달콤한 연애] 여름밤, 이상한 생각ODOD_One Day One Design/色콤달콤한 연애 2012. 7. 18. 20:31
내일은 큰 태풍이 오거나 말거나, 여름밤은 역시 쉽게 잠들지 못하고.
스물넷이었나? 스물다섯이었나?
나는 푸른 남해의 어부와 연애 같은 걸 한 적이 있었다.
거의 매주 그를 만나기 위해 남해로 가는 시외버스를 탔었다.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거의 다섯 시간이나 걸려 남해 시외버스 터미널.
지저분한 터미널 나무 벤치에 앉아 신문에 얼굴이 가려져 있던 그 남자.우리가 매주 가던 허름한 여관. 그 방에서 종일을 누워 있다가 뒷날 내가 사는 도시로 돌아오곤 했다. 그러고 보니 그이와 푸른 남해 바닷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어부 역시 지금은 큰 태풍이 오거나 말거나.
이제 그이는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되었고, 결혼과 동시에 푸른 남해 바다를 버리고 대기업의 사원이 되었으니.어쨌거나 늦은 장마와 함께 시작된 여름밥.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에 나도 몰래 깜짝깜짝 놀라며 역시나 쉽게 잠들지 못할 때.
이제껏 내가 애인이라고 불렀던 사람들. 그런데 지금은 어쩐지 안부를 묻기도 어색해져 버린, 사실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한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내일은 큰 태풍이 오거나 말거나. 이렇게 나의 서른한 번째 여름은 또다시 시작되고.
침대맡에 놓인 신문을 얼굴에 덮고 있는데 문득, '그런데 여름은 어디서부터 시작해 어디까지인 거지?'어쨌거나 여름의 밤은 이렇게나 좋고, 나는 얼굴에 덮어 놓았던 신문으로 접은 배를 후른 남해에 띄우는 꿈을 꾸고 싶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RD(@RDRDRDRDRDRDRD)
글: 김얀(http://kimyan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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