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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色콤달콤한 연애] KISS를 우리말로 표현한다면?
    ODOD_One Day One Design/色콤달콤한 연애 2012. 2. 7. 00:51



    김얀 누나가 새로 연재하는 웹진에 일러스트를 그리게 됐다.
    오늘 대망의 첫 번째 연재가 게재되어 기쁜 마음에 나도 포스팅.
    좋은 기회 만들어 준 '얀' 누나 고마워요 -


     



    글 | 김얀(@babamba11) 일러스트 | RD (@RDRDRDRDRDRDRD)

    Q. KISS를 우리말로 표현한다면?

    A. 혀 싸움.

    글쎄, 나는 키스를 좋아하고 그것이 로맨틱하다고 생각하는데 혀 싸움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생각났을까? 가만 보자...... 이건 아마도 나의 첫 키스의 기억 때문인 것 같다.



    나의 첫 번째 혀 싸움은 열여섯.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내가 열여섯 살이던 1997년은 "아이 엠 에프(I am F)" 등의 삼행시가 유행했었고, 국민은 대대적으로 집 안에 숨겨두었던 금붙이들을 국가를 위해 팔던 시절이었다. 내가 살던 울산은 그나마 굴지의 기업 현대가 울산시민 대다수를 먹여 살리고 있었으니 다른 지역에 비해서 그다지 큰 경제적인 타격은 없다고 했지만, 이 IMF 때문에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흉흉했다. 우리 집은 이 IMF 여파로 아버지가 운영하던 건축 사무실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집안 분위기도 역시 흉흉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당시 나의 관심사는 오로지 물풀과 실핀을 이용해 어떻게 하면 티 안 나고 자연스러운 쌍꺼풀을 만들고 보충 수업을 빼먹고 노래방으로 가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당시의 나는 철이 없었고, 심지어 공부도 못했다.

    철없고 심지어 공부도 못하는 중3 여학생의 첫 키스는 고등학교 입시 시험을 3달 앞둔 어느 토요일이었다. 지겨운 수업을 마친 후 교복 치마를 두 번 접어 올린 후 에이치오티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나와 친구들은 시내로 갔다. 롯데리아에서 치즈버거세트를 먹고는 근처 곰 세 마리 노래방에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토요일의 오후의 곰 세 마리 노래방은 빈방이 없었다. 30분이나 기다려야 한단다. 우리는 조금 실망했지만 일단 차분히 기다리기로 했다. 그 이유는 당시의 곰 세 마리 노래방은 우리 같은 철없고 심지어 공부도 못하는 아이들의 집합지 중 가장 물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30분이 흐르고, 나와 친구들은 UP의 뿌요뿌요나, 줄리엣의 기다려 늑대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어떤 남자가 들어왔다. 옆방인데 합석을 하자고 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곰 세 마리 노래방으로 온 가장 큰 목적이었다. 우리는 3명인데 그쪽은? 이라고 내가 차분히 물었다. 저쪽도 3명이란다. 오오. 나이쓰. 하지만 표정은 도도함을 잊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음 노래를 우선예약했다.

    우리 방으로 건너온 남자 셋은 다행히 셋 다 무난했다. 그들은 젝스키스의 폼생폼사와 언타이틀의 책임져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함께 곰 세 마리 노래방 전용 무알콜 맥주 Coss, hitte 따위를 마시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남자 셋은 우리 옆 학교의 동갑내기였다. 그 중 남자1이 무알콜 맥주를 두 캔째 벌컥벌컥 마셨고, 갑자기 나를 가르치며 "너, 예전 내 여친 닮았어!" 라고 했다. 옛 여자친구를 닮았다는 말은 즉 "난 나에게 관심이 있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사실 남자3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눈치를 보니 남자3은 내 친구3에게 관심이 있는 듯했다. 내 친구3도 그쪽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 그렇다면 다시 남자1에게 집중한다.

    노래방의 서비스 시간이 30분 더 들어오고 분위기는 발라드 타임으로 전환. 남자1은 노골적으로 나를 보며 젝스키스의 기억해줄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잡았고, 나도 그런 분위기가 싫지 않았기 때문에 양파의 애송이의 사랑으로 화답했다. 노래가 끝나자 눈치 빠른 친구들은 갑자기 "사겨라! 사겨라!"를 외쳤다. 탬버린까지 흔들면서 말이다. 솔직히 나는 그 남자애가 막 좋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싫지도 않았다. 그래서 뭐, 까짓 한번 만나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좋다! 오늘부터 1일이다."라고 선언. 그러자 남자의 친구들과 내 친구들은 다시 최고의 단결력을 선보이며 "신고식! 신고식!"을 외쳤는데, 당시 유행이었던 신고식이라는 것은 사귀는 커플끼리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입술 도장을 찍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키스말이다.

    당시까지 나는 연락하고 만나던 남자친구들은 많았지만, 키스라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나름 문학소녀였기 때문에 나의 첫 키스는 소설 소나기의 한 장면처럼 비 오는 원두막 안에서(물론 소설 소나기 속에서는 키스 장면이 없지만) 혹은, 김유정의 동백꽃에서처럼 단둘이 동백꽃에 파묻힌 곳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 울산에서 그런 원두막이나 동백꽃 덤불을 찾기란 힘들기 때문에 나는 그냥 결심했다. 이곳 곰 세 마리 노래방 7번방에서 나의 첫 키스를 하기로.

    그리하여 친구들과 탬버린의 열화와 같은 환영과 함께 신고식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자두맛 캔디처럼 새콤하고 깃털처럼 부드러워야 할 첫 키스가 생각보다 과격했다. 조금 부끄럽지만 사실 나는 그 전 부터 키스란 어떤 느낌인 걸까? 하며 내 팔목에 대고 몇 번 연습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이건 생각하고 너무 달랐다. 남자1은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내 아랫입술을 빨아 당겼기 때문이다. 일단 나도 질 수 없어서(어떻게 하는 방법도 몰랐고) 남자1의 방법을 따라 그 아이의 윗 입술을 빨아 당겼다. 아래에서 우리를 응원하던 친구들은 천지도 모르고 오오- 하며 박수를 치고 앉았다. 마치 복싱을 관람하는 사람들 같았다. 경기는 2라운드로 이어진다.

     홍 코너: 키 158cm, S 중학교 3학년 X반, 김얀
     청 코너: 키 168cm, H 중학교 3학년 X반, 아무개(이름이 정말 생각 안 난다.)

    뽀뽀와 키스의 다른 점이 혀의 사용이라는 것을 알긴 알았지만 이렇게 구석구석 청소한다는 개념인 줄은 몰랐다. 남자1은 마치 악어새처럼 내 입 구석구석을 혀로 청소했는데, 나도 질 수 없어(역시 어떻게 하는 방법도 몰랐고) 똑같이 했다. 나의 적극적인 방어에 놀란 남자1은 다시 자신의 주특기 ㅡ 내 아랫입술을 다시 빨아대는 방법으로 기술을 바꿨는데 내가 코너에 몰리는 걸 눈치 챈 우리 친구들 쪽에서 결국 수건을 던져 경기를 중단시켰다.

    누가 키스를 하면 귓가에 종소리가 울린다고 그랬던가? 나는 얼얼한 아랫입술을 붙들고 앉아있었다. 신고식이고 나발이고 넌 그냥 오늘부로 OUT이다. 라고 생각하고 삐삐번호도 주고받지 않았다. 그리고 전부가 어색하게 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느즈막이 눈을 떠 세수를 하다 거울을 보니 아랫입술 한 부분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혀 싸움의 외상은 이틀정도 남아 있었다. 나는 결국 엄마에게 들켜 내 등판 한쪽에도 외상을 입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나의 열여섯 첫 키스의 추억.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혀 싸움이 확실하다.

      

    출처: 아이스타일 웹진(http://zine.istyle24.com/Culture/CultureView.aspx?Idx=3522&Menu=13&Page=1&Field=T&Key=&OrderI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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