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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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色콤달콤한 연애] 여름밤, 이상한 생각ODOD_One Day One Design/色콤달콤한 연애 2012. 7. 18. 20:31
내일은 큰 태풍이 오거나 말거나, 여름밤은 역시 쉽게 잠들지 못하고. 스물넷이었나? 스물다섯이었나? 나는 푸른 남해의 어부와 연애 같은 걸 한 적이 있었다. 거의 매주 그를 만나기 위해 남해로 가는 시외버스를 탔었다.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거의 다섯 시간이나 걸려 남해 시외버스 터미널. 지저분한 터미널 나무 벤치에 앉아 신문에 얼굴이 가려져 있던 그 남자. 우리가 매주 가던 허름한 여관. 그 방에서 종일을 누워 있다가 뒷날 내가 사는 도시로 돌아오곤 했다. 그러고 보니 그이와 푸른 남해 바닷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어부 역시 지금은 큰 태풍이 오거나 말거나. 이제 그이는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되었고, 결혼과 동시에 푸른 남해 바다를 버리고 대기업의 사원이 되었으니. 어쨌거나 늦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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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色콤달콤한 연애] 문 열려있어요 들어오세요ODOD_One Day One Design/色콤달콤한 연애 2012. 3. 5. 17:44
경비실의 작은 모니터로 너의 모습을 확인 했을 때 심장이 멈춘 듯 했다. '어떻게 알고 왔던 것이지? 너는 나의 집을 알고 있었어?' 거듭 생각을 해봐도 그럴 일이 없었다. 알려 준 적도 없고, 사실 우리는 몇 번 만난 적도 없었다. 그런데, 네가 내가 사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에 내려 그런 일을 하고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보게 됐으니 놀라고 당황스러울 수 밖에. 모니터 아래의 숫자는 새벽 2시 몇 분을 알리고 있었다. 회색 점퍼. 눌러 쓴 캡모자. 그리고 한 손엔 뭔가를 들었어. 망치? 그걸로 매일 두드렸던 것? 거의 두 달전부터 시작된 자정에서 아침 6시 사이에 들리던 두 번의 소리. 단 두 번. 그리고 사라짐. 무엇을 원했던거지? 그 망치로 내 머리라고 깨고 싶었던 거야? 내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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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色콤달콤한 연애] KISS를 우리말로 표현한다면?ODOD_One Day One Design/色콤달콤한 연애 2012. 2. 7. 00:51
김얀 누나가 새로 연재하는 웹진에 일러스트를 그리게 됐다. 오늘 대망의 첫 번째 연재가 게재되어 기쁜 마음에 나도 포스팅. 좋은 기회 만들어 준 '얀' 누나 고마워요 - 글 | 김얀(@babamba11) 일러스트 | RD (@RDRDRDRDRDRDRD) Q. KISS를 우리말로 표현한다면? A. 혀 싸움. 글쎄, 나는 키스를 좋아하고 그것이 로맨틱하다고 생각하는데 왜 혀 싸움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생각났을까? 가만 보자...... 이건 아마도 나의 첫 키스의 기억 때문인 것 같다. 나의 첫 번째 혀 싸움은 열여섯.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내가 열여섯 살이던 1997년은 "아이 엠 에프(I am F)" 등의 삼행시가 유행했었고, 국민은 대대적으로 집 안에 숨겨두었던 금붙이들을 국가를 위해 팔던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