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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만에
    ODOD_One Day One Design 2011. 9. 17. 03:41


     간만에 교보문고엘 들렸다. (아마도) 내 주변사람들은 내가 서점에 무척 자주가는 것이라 생각할텐데, 그렇지않다. 아님 말구. 
     서점에 가는 것도 '시기'가 있는 것 같다. 공부도 때가 있고, 노는 것도 때가 있다고 하는데 서점에 가는 시기를 정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어리석은 생각 아닌가 싶지만 나는 어리석은 인간이기에 과거의 내가 서점에 자주 가던 시기를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내가 생각하는 서점에 가장 많이 갔던 '시기'는 군입대 전이라고 생각된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쉬는 날마다 서점에 가 이어폰 꽂고 하루종일 책들과 놀았는데, 아마 입대 후의 세상과의 단절이 두렵기 때문인지 그렇게나 세상과 조금이라도 더 소통을 하기 위해서인지 서점을 찾아, 통로를 찾아 발악했던 것 같다. 그 후 휴가를 받아 나올 때에도 단 한 번도 서점은 빠지지 않고 갔다. 물론 휴가나온 군인에겐 시간이 금과 같았기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지만. 대신 군복무하면서 읽고 싶은 책들이 있을 때마다 리스트를 적어 순식간에 구입하고는 했다.

     군 제대를 하고, 개인적인 시간이 조금 더 늘어남에 따라 나는 독서를 더 많이 할 줄 알았다. 아니, 하자고 마음을 먹었었다. 하지만 덧없는 바램이었는지 오히려 다른 시간에 쫓겨 독서 시간은 날이 갈수록 줄어만 갔다. 설상가상으로 내가 좋아하는 시나 문장들은 복잡한 세상에서 금방 지는 들 꽃처럼 시들고, 썩어버려 누가봐도 볼 품 없는 것이 되고야 말았다. 이제는 기억하려해도 문장이 아닌 몇 가지 단어만 기억이 날 뿐이다. 참으로 애석하다.

     이런 나에게 간만에 서점에 갈 기회가 생겼다. 책과 멀리 할 것만 같은 혁준형이 살 책이 있다고 해서 서점에 함께 방문을 하게 되었는데, 역시나 내가 책을 읽지 않아도 사람들은 책을 읽고 있었다. 모두가 자신과 잘 맞는 책을 찾기 위해 눈동자를 굴리며 저마다 한 권의 책들의 속살을 벗겨내고 있었다. 이에 질세라 내가 좋아하는 시와 에세이 코너에 가서 새로나온 책을 구경했다. 

     처음 내 손이 고른 책은 공지영 작가의 산문집이었는데, 책의 이름이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였다. 책의 내용을 읽을까 했지만, 공지영 작가의 책들은 사춘기 시절 읽은 책이 전부이고 아직은 낯선(왜인지 모르겠다.) 작가라 피했다. 그 다음 내 손이 든 책은 청춘과 관련 된 사진이 가미 된 책이었는데, 글쓴이가 놀랍게도 87년생이라 부러움 반, 궁금함 반으로 집어들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그닥 와닿지 않았다. 여느 여자 연예인들의 사진집처럼 사진들과 억지로 끼워맞춘 문장들이 엎어져버린 퍼즐 조각처럼 널부러져 있었다. 그럼 그렇지라며 실망감에 책을 내려놓았다. 다음 내 손에 포착 된 책은 정호승 시인의 책이었다. 사실 정호승 시인은 문학을 열심히 공부하던 시절 교과서에 나와 기억을 하고 있던 시인이었는데, 그의 시집 제목이 무척이나 인상깊어 기회가 된다면 꼭 읽노라 마음먹었던 작가이다. 그 때 내 마음을 뺏은 시집의 이름은 이랬었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그 당시, 짧다면 짧을 수 있는 이 열마디의 제목이 내 가슴을 흥분시켰다. 하지만 어찌된 명분인지 이 시집을 읽어보지는 아니하였다. 아마도 서문에 이야기했던 '너무 바빴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해본다. 내 기억 속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많지 않은 작가 중 정호승 시인의 에세이의 이름은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였다. 요즘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인지 내 눈보다 마음이 먼저 그 책을 탐했다. 책 안에는 내가 무척이나 싫어하는 '자기계발서'의 말투 '~하라'가 난무했는데, 놀랍게도 거부감이 들기는 커녕 얼른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책을 읽기 전 겉 표지의 소개글과 작가 설명, 작가 서문을 통독(通讀)하는 버릇이 있는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속살을 읽기 전 겉 표지의 글들과 작가 설명과 작가의 서문을 통독했다.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기에 목차에서 마음에 드는 제목의 글만 읽기로 했다. 물론 내 눈에 먼저 들어 온 제목은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그의 글은 사람의 마음을 톡 쏘는 매력은 있지 않다. 다만 차근차근 왜 내 마음이 말랑거리는지 설명 할 뿐이었다. 그의 말랑한 마음은 생각에서 글로 표현이 되었고, 활자로 묶어져 현대 인쇄 기술로 한 권의 책이 되어 지금 내 손안에 있었다. 그의 차분한 글을 읽으며 잠시나마 시끄러운 서점 안 소음은 들리지 아니하였고 나는 그의 마음을 정독(精讀)하고야 말았다. 그 자리에서 당장이라도 그의 책을 구입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지만, 애석하게도 급하게 바깥 외출을 한 것이라 내 수중엔 책을 구입 할 돈이 있지 않았다. 혁준형에게 돈을 빌릴 수도 있었지만, 마음 한 켠엔 이 책을 나중에 마음이 안정되었을 때 읽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30분 남짓한 시간동안 나는 정호승 시인의 책에 마음을 빼았겼었다. 아쉬움을 뒤로하며 서점을 벗어나 차에 올라 타며, 복잡한 도시의 풍경을 지나치며 나는 조용히 읖조렸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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