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년이 흐른 망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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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에 택지 개발이 한창이던 경북 안동시 정상동 기슭에서 주인 모를
무덤 한 기의 이장(移葬) 작업에서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진 내용입니다.
서른한 살(1586년)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쓴 편지가
무덤에서 나와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이야기입니다.
한번 읽어 보세요.
원이 아버지께
(현대어 옮김-임세권안동대사학과교수)
1998년, 택지 개발이 한창이던 경북 안동시 정상동 기슭에서
주인 모를 무덤 한 기의 이장(移葬) 작업이 있었다.
시신을 보호하는 외관(外棺)은 갓 베어 놓은 듯 나뭇결이 살아 있어
혹시 최근에 조성된 무덤이 아닌가 추측 되기도 했다.
그러나 야간까지 이어진 유물 수습 과정에서 무덤은
수백 년 전의 것으로 판명되었다.
유물을 절반쯤 수습했을 무렵 망자의 가슴에 덮인 한지(韓紙)를
조심스레 벗겨서 돌려 보니 한글로 쓴 편지가 있었다.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을 맞으며 아내가 쓴 이 편지는
수백 년 동안 망자(亡者)와 함께 어두운 무덤 속에 잠들어 있다가
이장하는 과정에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고스란히 전하며 심금을 울렸던 이 편지는
남편의 장례 전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씌어진 죽은 남편에게
그 아내가 꿈속에서라도 다시 보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아내는 지아비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으로 하고픈말을 다 끝내지 못하고
종이가 다하자 모서리를 돌려 써내려 갔다.
모서리를 채우고도 차마 끝을 맺지 못하자 아내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거꾸로 적어 나갔다.
이 편지 외에도 많은 유물들이 수습되었는데 남편의 머리맡에서 나온
유물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파악되지 않았지만 겉을 싸고 있던 한지를 찬찬히 벗겨 내자 미투리의 몸체가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