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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色콤달콤한 연애] 색다른 여행
    ODOD_One Day One Design/色콤달콤한 연애 2012. 6. 5. 18:43

    애인과 놀이터에 앉아 여름휴가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에 줄넘기를 하며 노는 꼬마들을 봤다. 깡충깡충 뛰면서 팔로 줄을 돌리는 모습이 아기 새가 처음으로 날개 짓을 하는 모습과 닮았다. 줄을 넘으면서 콩콩 뛰어오르는 것은 아마도 인간의 날고 싶어 하는 욕망에서 생긴 놀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나도 오랜만에 줄넘기가 하고 싶어졌다.

     

     

    "애인, 우리 줄넘기를 사러 가요. 그리고 이번 여름에 휴가 때도 줄넘기 가지고 가서 거기서도 줄넘기 하고 놀아요."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줄넘기 줄을 사러 길을 나섰다.

     

     

    "아, 맞다. 별 보고 누워서 밤새도록 발가락 꼼지락 거리면서 이야기 하는 거 하고 싶어요. 거기는 여기보다 별이 훨씬 더 잘 보인다면서요?"

     

     

    그러다 문득 횡단보도 앞에서 노란 주차 위반 딱지를 붙이고 서 있던 트럭을 보았는데, 왠지 꾸중 들은 아이 같아 보였다. 애인에게 딱지 붙인 트럭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애인은 꾸중 들은 아이보단 홍콩 강시 같다고 했다. 올림픽에 줄넘기 경기가 있다면 강시가 단연 금메달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슈퍼마켓에서 각각 마음에 드는 색으로 줄넘기 줄을 고르고 다시 놀이터로 돌아오는 길. 애인이 주머니에서 수첩과 펜을 꺼내 들었다.

     

     

    ※ 휴가지에서 할 일.

    1. 줄넘기

    2. 별을 보고 누워 밤새도록 이야기

    3. 히치하이킹

     

     

    나는 3번을 보고는 물었다. 히치하이킹? 그게 가능할까? 위험하지는 않을까? 영화 [퍼펙트 겟 어웨이]를 본 적이 있는 나는 휴가지에서 히치하이킹은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애인은 그 영화를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내 말에 쉽게 동의하지 않고 끝까지 히치하이킹을 고집했다. 내가 조금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자,

    그럼 다른 것을 더 많이 얘기해 보라고 했다. 아무래도 함께 하는 첫 여행이기 때문에 서로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면 나는 카섹스를 하고 싶어요."

     

     

    그러자 애인은 미간의 인상을 쓰며 조금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것은 곤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니, 단순한 카섹스가 곤란하다는 얘기를 들으니 나도 곤란해졌다. 애인은 이번 여행은 패키지여행이라 그런 개인적인 행동은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고 나를 타일렀다. 나는 언제나 낯선 곳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섹스를 상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거절당하니 기분이 나빠졌다. 게다가 이번 여행으로 우리는 꽤 상당한 돈을 지불해야 했다. 그런데도 인간의 기본권이 이렇게 무참히 거절당하다니 기분이 나빠졌다.

     

     

    "그러면 차라리 다른 곳으로 알아보는 게 낫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내 의견이 거절당했다는 약간의 무안함이 더욱 더해져서 나도 모르게 이번 휴가를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자고 생각했다. 애인은 나의 변덕에 조금 놀란 듯 했다. 사실 이번 휴가 계획을 세운 건 애인이었다. 그리고 이번 휴가는 애인의 평생소원 중의 하나였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처음부터 이번 휴가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일단 우리가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 대비 가격이 너무너무 비싸다는 게 솔직히 그 첫 번째 이유에요. 그리고 두 번째 나는 우리 둘만 있고 싶어요. 그냥 해변에서 텐트를 쳐 놓고 있더라도 하루 종일 껴안고 있고 싶다구요. 아니, 차라리 어느 낯선 도시가 아니더라도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같이 비디오를 보고, 외국 드라마를 시리즈 별로 보고, 낮잠도 자고, 그러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면 밖에 나가서 줄넘기 시합을 하고... 여름휴가라고 해서 특별히 어디를 가야되는 건 아니잖아요. 나는 그냥 둘이 지겨워 죽겠다 싶을 때까지 붙어 있고 싶은데. 달나라 여행이라니."

     

     

    순간 남자는 주차딱지를 붙인 트럭처럼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참을 수 없었다.

     

     

    "달나라 가서 약한 중력으로 콩콩거리며 뛰어다니는 거나, 이렇게 저녁에 놀이터에서 나와 줄넘기 하는 거가 뭐가 달라요? 어차피 둘이 같이 있다는 게 중요한데."

     

     

    그러자 애인은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다가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서 잠시만 기다리라고 금방 집에 들어갔다가 오겠다고 했다. 혹시나 내 말에 화가 많이 났을까? 고민하고 있으니 애인은 정말 금방 놀이터로 왔다. 그리고는 웃으면서 주머니에서 자동차 키를 꺼내 흔들었다.

     

     

    "갑시다."

     

     

    나는 이 밤중에 갑자기 왠 드라이브? 했지만 이내 웃음이 났다. 우리는 팔짱을 끼고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어두운 밤의 놀이터에는 오직 달과 우리만 있었다.

     

     

     

     

    RD(@RDRDRDRDRDRDRD)


    # 참고- 2012년 6월 현재 기준 달나라 여행 패키지 상품은 없습니다. 우주 여행은 우주 체험 패키지 $1,000,000 ~ 우주 여행 패키지 상품 $1,000,000,000이 있습니다. 어쨌든 다들 연인과 친구 혹은 가족 아니면 혼자라도 다들 자신들만의 멋진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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